집짓기 실패하지 않는 법: 통일감·개방감·압박감이라는 거짓말
2016년 준공.
새빨간 주방이 있는 집.
주택 디자인의 세계에는 “-감”이라는 말이 너무 많다.
통일감, 개방감, 압박감.
대체 그 “감”이 뭐길래…
통일감은 디자인의 도피
갈색으로 통일하면 확실히 무너지지 않는다. 아마추어도 할 수 있는 안전 운전이다.
디자인이 약한 하우스 메이커나 “올인원 패키지”를 마케팅하는 자재 메이커는 통일감으로 밀어붙인다.
하지만 삶은 변하고, 사람은 늙는다. 시력도 떨어진다. 색의 통일에 의존한 집은 곧 질린다.
다음에 가구를 살 때 “또 갈색으로 맞춰야 하나”라는 속박이 생긴다. 이게 갑갑하다.
좋은 디자인은 통일감에 얽매이지 않는다.
유럽이나 아시아에서도 좋은 건물이나 가게는 색도 질감도 제각각인데 조화롭다.
이유는 간단하다. “색이 아니라 소재”로 통일했기 때문이다.
나무는 목재, 돌은 타일, 흙은 모르타르나 왁구, 철은 최소한의 보강.
이 등뼈가 잡혀 있으면 벽이 짙은 초록이든, 문이 빨갛든, 바닥이 꿀빛이든 색은 싸우지 않는다.
반대로 비닐을 섞는 순간 무너진다. 사람을 배신하는 건 석유로 만든 비닐뿐이다.
색을 늘린다고 자유가 되는 게 아니다. 색이 많아질수록 디자인은 어려워진다.
그래서야말로 경험과 실력이 필요하다.
소재를 믿고, 색으로 논다. …이게 나의 기본 자세다.
개방감은 환상
“개방감”도 또 다른 마법의 단어다.
큰 층고에 샹들리에. 창문으로 햇살이 쏟아진다.
서양인의 DNA에는 있을지 모른다. 그런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낀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하지만 반대도 있다.
사우나실 같은 좁은 곳이 더 편안하다는 감각. 나는 이게 바로 일본인의 본심이라고 본다.
그리고 일본에는 다실 문화가 있다.
낮은 입구로 몸을 낮추고 들어가, 낮은 천장과 음영 속에서 기물과 향기, 대화에 집중한다.
어릴 적 벽장 안에 비밀 기지를 만든 기억도 같은 맥락이다.
즉, “일본인의 DNA = 다실 문화”다.
그래서 나는 천장 높이를 1층 2.2m, 2층 2.1m로 억제했다.
숫자만 보면 낮아 보이지만 실제로 살면 안정감을 준다.
난방·냉방 효율도 올라가고, 무게중심이 낮아져 내진성도 올라가며, 수리 면적도 줄어든다.
편안하고, 에너지 절약이고, 튼튼하고, 수리도 쉽다. 이론과 감각이 모두 맞아떨어진다.
2015년 준공.
거실에 세면대가 있는 집.
압박감은 세뇌
사람들은 흔히 “압박감이 느껴진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인간은 서서 사는 시간보다 앉아 있거나 누워 있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길다. 시선이 낮아지면 2.2m 천장은 합리적이다.
“압박감”이라는 감각은 절반은 세뇌다.
견학회에서 “우리 집은 다른 회사보다 천장이 낮습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지금까지는 몰랐으면서 갑자기 허리를 굽히며 “압박감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 순간 에보 오너 탈락(웃음).
인간은 말이 아니다. 서서 살지 않는다.
실제로 살면 압박감은 존재하지 않고 오히려 안정된다.
실제로 내 오너들이 큰 층고에 샹들리에가 있는 멋진 집에 초대되면 오히려 불안하다고 한 말을 여러 번 들었다. 그게 증거다.
나의 결론
통일감·개방감·압박감── 이 “감”에 의지한 디자인은 결국 사람을 얽매고 속인다.
믿을 수 있는 것은 소재의 정직함과 인간 감각의 본질이다.
유행은 흘러간다. 색과 형태는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소재의 성실함뿐이다.”